우리는 국악을 얼마나 알고 있나

국립국악원에서 발간하는 '국악누리' 이번 호에서 눈에 확 뜨인 글이 있었다. 이윤주 님(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이 쓴 '국악에 다가서기 첫걸음- 찾아보세요'라는 제목의 원고 가운데 일부를 인용한다.

다음은 서울대학교 국악과 출신인 문성모 목사가 독일의 한인교회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악에 관한 강연을 할 때 '한국적인 자각을 위한 질문'이라는 제목으로 서양음악과 국악을 비교하는 문제에 사용한 질문입니다.

1. 바하를 아십니까? 우륵을 아십니까?

2. 운명 교향곡을 아십니까? 수제천을 아십니까?

3. 소나타 형식을 아십니까? 도드리 형식을 아십니까?

4. 바이올린은 몇 줄입니까? 거문고는 몇 줄입니까?

5. 오선보를 아십니까? 정간보를 아십니까?

6. 평균율은 무엇입니까? 삼분손익법이 무엇입니까?

7. 도.레.미.파.솔이 무엇입니까? 황.태.중.임.남이 무엇입니까?

8. 장조와 단조는 무엇입니까? 평조와 계면조는 무엇입니까?

9. 레시타티브는 무엇입니까? 아니리는 무엇입니까?

10. 고전파. 낭만파는 무엇입니까? 아악. 당악. 향악은 무엇입니까?

11. 현악4중주의 악기편성은? 삼현육각의 악기편성은?

12. 겨울나그네를 아십니까? 치화평을 아십니까?

13. 전람회의 그림을 아십니까? 영산회상을 아십니까?

14. 가곡 보리수의 가사를 아십니까? 가곡 초수대엽의 가사를 아십니까?

15. 카루소를 아십니까? 임방울을 아십니까?

16. 로렐라이 언덕을 불러보십시오. 진도 아리랑을 불러보십시오.

17. 당신은 독일 사람입니까? 당신은 한국 사람입니까?

문 목사는 5분의 시간을 주고 국악에 대한 문제 중 3개 이상 정답을 맞히는 사람에게는 선물을 주겠다고 했고, 음악애호가라고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이 서양 음악에 관한 질문에는 거의 정답을 맞혔다고 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독일 사람입니까? 당신은 한국 사람입니까?" 문제를 제외하고는 국악에 대해서는 정답을 아는 이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는지? 나는 국악을 세 문제 이상 맞히긴 했으나, 명색이 문화부 음악 담당 기자로서 결코 자랑할 수준은 아니다. 질문을 읽어 내려가며 새삼 깨달았다. 서양음악에 비해 국악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글쓴이는 단지 '우리 것이 소중하다'는 식으로 애국심을 자극하는 접근은 그 자체로 부담될 수 있으니, '음악도 음식처럼, 편식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여러 장르의 것을 섭취한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글을 읽다 보니 생각나는 일이 있었다. 영국 연수 시절 알고 지냈던 친구(프랑스인이다)가 지난해 여름 한국에 놀러 왔다. 영국에 있을 때, 우연히 들었던 가야금 소리가 좋았다고 해서 내가 갖고 있던 황병기 음반을 선물했더니 굉장히 기뻐했던 친구다. 청계천에 같이 놀러 갔는데, 한참 걷다 보니 어디선가 풍악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엔 '근처에 무슨 문화행사가 있나?' 하고 고개를 갸웃했는데, 정조대왕의 의전행렬을 그린 '정조반차도'가 벽화로 그려진 구간에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였다.

정조반차도는 사도세자의 회갑을 기념하기 위해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화성과 현릉원을 다녀오는 의전 행렬을 그린 것이다. '이 음악이 뭐냐'고 묻는 친구에게 '아마도 궁중의 행사음악인 것 같다'고 대답해 줬다. 친구는 크게 흥미를 보이며 이 음악을 휴대전화로 녹음해 갔다. 주변 소음 때문에 들을 만하게 녹음되지는 못했지만.

이 친구가 영국에 돌아간 후, 나는 음반을 하나 사서 보내줬다. 영국인 음악학자 존 레비(1910~1976)가 1964년 한국에서 녹음했던 한국 전통음악 컬렉션 가운데 한 장, 'Court Music(궁중음악)'이라는 제목이 붙은 음반이었다. 영문 해설이 잘 돼 있는 것 같아 골랐던 음반이다. 지난해 복원 발매된 명반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작 나는 이 음반을 들어보지 않았다. 친구는 요즘 열심히 이 음반을 듣고 있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청계천에서 들었던 음악은 취타-대취타-함녕지곡이었다. 취타와 대취타는 관악기와 타악기로 연주되는 행진음악이며 '편안함이 두루 미친다'는 뜻의 관악합주곡 '함녕지곡'은 관악영산회상 8곡 가운데 일부를 연주할 때 불리는 이름이다. 궁중에서 많이 사용된 음악이니, 내가 '궁중음악' 음반을 사 보낸 건 헛짚은 건 아니다. 하지만 존 레비 컬렉션에는 '관악 영산회상'이 따로 나와있으니, 청계천에서 들었던 그 음악을 다시 들려주려면 '관악 영산회상' 음반을 샀어야 했다.

이윤주 님의 글을 읽으면서 존 레비 컬렉션, 외국인 친구한테만 사 줄 것이 아니라, 나야말로 사서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궁중음악은 포함돼 있지 않지만, 이윤주 님이 글에서 추천한 초심자용 국악 음반을 소개한다. 본격적 국악이라기보다는 크로스오버에 가까운 음반들이 많다. 이 중에는 내가 들어본 음반들이 꽤 있으니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까. 문화부 기자, 하면 할수록 공부할 게 많아지는 느낌이다.

슬기둥 「캐롤」, 공명 「통해야」, 숙명가야금연주단 「베스트 셀렉션 2006」, 그림 「아침풍경」김용우 「소리꾼 김용우 10년지기」, 정수년 「공(空)」, 양방언 「Pan-o-rama」


최종편집 : 2011-01-13 17:01 글쓴이 SBS 김수현기자

출처 : SBSnews

댓글 1개:

  1. 그러게 그동안 우리 음악을 너무 잊고 살았다. 정수년, 정민아의 모던한 우리 가락도 이렇게 듣기 좋은데 말이다. 다양한 것을 취하는데 인색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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