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라더니 올해는 비가 많이 내린 지도 모르겠고 정말 장마 막바지 인지
하얀 뭉게구름 그늘에서 살랑살랑 부는 바람은 한여름 날씨 같지 않다.
학교에 나무가 많고 자연을 만끽 할 수 있어서 그런지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이 참 좋다.
인공폭포지만 물이 흐르고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 다니고 새가 노래하는 것들을 보고 있자니 신선이 따로 없는 듯 하다.
이렇게 자연과 벗하고 있으니 지난달에 본 이창동 감독의 "시" 영화가 생각난다.
시를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지만 영화 속에 윤정희가 꽃을 보고 자연을 보고 사물을 관찰하며 시를 쓰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간혹 내 모습이 읽혀지기도 했다.
그렇게 곱고 고운 윤정희 만큼은 아니지만 말이지...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마음이 울적하거나 머리가 복잡할때면 산책만큼 내 답답한 마음을 풀어 주는 것도 없다. 어찌보면 현실을 도피하려는 용감하지 못한 내 마음 일런지도 모르겠지...
현실 속에서 겁없이 뛰어드는 무모함 보다 생각만 생각만 늘어 놓는 모습이 더 나약해 보이니 말이다.
윤정희가 "시"에서 '어떻게 하면 시를 쓸 수 있나요? 시를 쓰는게 너무 어려워요.' 몇번이고 묻고 또 묻는다. 시를 써 보겠다고 노력하는 완성해 보겠다는 마음, 그 이상으로 삶에서 원하던 원치 않던 세상과 타협하게 되는 윤정희. 마음이 짠하게 느껴지기도 왠지 감당하기에는 조금 벅차게 느껴지기도 하다.
세월에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낸 윤정희였기에 이창동 감독의 "시"는 더욱 아름다웠던거 같다.
영화의 내용을 잘 요약해 놓은 이 포스트가 공감된다.
http://blog.naver.com/sohyang3029/20106423049
쉽게 보여지고 읽혀지지만 않았던 영화,
이창동 감독의 "시"
아네스의 노래
이창동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